나프타가 기업혁신 불렀다 – FTA 강국

투자 받는 나라서 이제 투자하는 나라로 변신

<세계 FTA 현장을 가다>③ 캐나다

12월4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을 앞두고 국정브리핑과 한국정책방송 KTV는 지난 11월13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이미 미국과 FTA을 맺은 멕시코와 캐나다 현지취재를 다녀왔다.

멕시코는 1985년 수입대체산업화에서 무역자유화로 경제정책을 선회한 이후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다. 또 캐나다는 1989년 미국과 FTA를 이미 맺었지만 멕시코와 미국이 FTA를 체결할 경우 미칠 영향을 우려해 나프타에 참여했다.

나프타 이후 이들 국가들은 대미 수출증대와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확대,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취약한 경제기반과 정책실기, 페소화위기 등의 충격을 딛고 성장의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한미FTA 반대진영에서 두 나라의 사회적 문제를 두고 모두 나프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지관계자들은 이를 일축했다.

국정브리핑은 멕시코, 캐나다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현장 르포와 인터뷰 등을 4회에 걸쳐 연재하고 마지막으로 두 나라 정부, 학계 관계자들이 전하는 한미FTA에 대한 조언을 종합해 전달함으로써 한미FTA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편집자주>

직원은 불과 30명 밖에 되지 않지만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적 명성을 가진 캐나다 환경정화 전문기업 ETI사의 경우는 자유무역협정(FTA)은 공룡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단견을 일시에 씻어버리기에 충분하다.

ETI사는 투과성 반응벽(PRB)이라는 환경정화기술을 개발 상용화해 듀폰, 제너럴일렉트릭스(GE), 휴랫팩커드(HP) 등 거대 기업은 물론 진입이 가장 어렵다는 미국 조달시장에서 적지 않은 수주를 따냈다. 이를 기반으로 이 회사는 유럽, 일본, 호주 등 세계 각국으로 환경시설을 수출하고 있다.

1992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94년까지 캐나다 내에서 단 2건의 프로젝트를 따내는데 불과했지만 나프타 체결 후 미국시장을 본격 공략한 결과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96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회사 존 보건 사장은 “처음에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설득하는 작업이 어려웠지만 미국 환경법에 들어맞고 환경친화적인 기술이라는 것이 확인된 후에는 세계 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았다”며 “특히 미국 환경보호협회(USEPA)에서 발급해 준 검증서는 다른 나라에서도 통하기 때문에 진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캐나다 ETI사, 신기술로 미국 환경정화 시장 공략 성공”
 


캐나다 경제는 파란불

보건 사장은 나프타 체결과 관련 “직접 기술을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드는 효과가 있었다”며 “특히 우리 회사 엔지니어들이 미국과 캐나다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와 미국은 나프타 체결 전에도 여행을 목적으로 한 양국시민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됐으나 나프타 16장(기업인의 일시귀국)은 보건·안전·국가안보 등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역내국 간 비즈니스맨의 단기사업 등 편의를 위한 일시입국을 가능하게 하는 일시입국을 보장함으로써 미국에서의 비즈니스 활동이 더 용이해진 것이다.

또 정화장치에 쓰이는 원자재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할 때의 무관세 혜택, 제품 통관시 절차 간소화에 따른 시간과 비용절감도 FTA에 따른 긍정적 효과로 꼽았다.

사실 캐나다는 나프타 체결 전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제조시설의 멕시코 이전, 실업증가, 산업전반에 걸친 미국기업의 지배력 강화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었다.
연방정부는 교역과 투자확대를 통한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에 적극적인 반면, 주정부는 관할주내 산업보호를 우선시하는 경항이 강했고 캐나다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온타리오주에서는 연방정부를 상대로 나프타 위헌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 시장서 인정받으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한다”

ETI사 역시 당시 신생기업으로 대외경쟁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우려를 갖고 있었지만 신기술을 보유한 첨단기술의 특성을 감안, 나프타를 통해 적극적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온타리오주의 캠브리지, 워터루, 키치너 등 3개 지역을 통칭하는 ‘캐나다 테크놀로지 트라이앵글(CTT)’은 캐나다의 경제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는 워터루 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한 연구개발시스템과 자동차, 항공, 정보통신(IT)을 비롯한 수많은 하이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집중해 있으면서 신기술개발의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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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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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와 근접한 캐나다의 테크놀러지 트라이앵글 지역.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80~90%를 미국시장에 수출되고 있다. 캐나다의 RIM사가 개발했으며 세계적으로 600만 인구가 사용하고 있는 비즈니스 솔루션 ‘블랙베리(Blackberry)’ 서비스의 가장 큰 고객도 미국 정부이다.

캐나다의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역시 CTT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간 자동차 산업 교역은 40년 역사가 있지만 나프타가 이를 가속화시켰다. 캐나다는 수입보다 2배 가까운 자동차수출을 하고 있다.

“FTA 후 양국 교역, 정치적 관계·비관세 장벽 영향 덜 받아”

CTT의 존 테넌트 회장은 “캐나다 정부가 육성하는 하이테크 산업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나프타는 바로 이런 역할을 하고 있고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와 규제가 나프타를 통해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CTT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워터루 상공회의소 토드 레츠 회장은 “이곳은 과거에도 미국과 교역이 활발했지만 나프타를 통해 외국인직접투자가 증가하고 미국, 멕시코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 대표적인 효과”라며 “워터루 제조업은 2000~2004년까지 대미수출이 2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레츠 회장은 나프타의 효과에 대해 무엇보다 양국의 정책변화 등에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인 시장접근 장치를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나프타는 미국, 멕시코의 새 시장을 개척하는데 도움이 됐고 특히 양국의 교역이 정책변화나 비관세 장벽에 의해 영향받지 않고 나프타 협정에 의해 교역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통신기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ENSA사 데이비드 페드라말라 사장은 “우리처럼 작은 회사는 시장개척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는데 나프타 덕에 우리는 다른 도시에 진출하듯이 미국과 멕시코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며 “이로 인해 절감된 비용으로 마케팅과 제품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FTA 이후 캐나다 수출 기술집약적 제품 위주로 전환

미국과의 FTA, 나프타 이후 변화된 수출산업구조는 자유무역이 경쟁을 통한 기업혁신과 지적개발을 유발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캐나다는 협정 이전에 주로 천연재료나 광물, 석유화학제품 등이 대미수출 품목의주를 이뤘었다. 그러나 협정 이후 세계 일류수준의 제품을 만들고 연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짐에 따라 자동차 부품, 항공관련 제품과 같은 기술집약적인 제품 위주로 전환됐다.

로얄뱅크(RBC)의 경제전문가 데렉 홀트 박사는 “캐나다 경제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미국과의 교역에서도 경쟁력이 약해 관세장벽 뒤에 숨어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며 “캐나다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은 그 장벽을 허물고 경쟁력을 키워 투자를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캐나다 산업의 활성화는 고용을 늘리는 효과로 연결됐다.
프레저연구소 프레드 맥마헌 박사는 “나프타 이후 정규직 실업률이 40% 줄어들었다”며 “이는 나프타와 함께 캐나다 정부의 정책추진이 맞물려 경제가 활성화돼 고용이 더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마헌 박사는 나프타 이후 캐나다가 경험한 경제적 효과에 대해 대미수출 흑자 확대를 꼽았다. 그는 “나프타 이전 캐나다는 약간의 무역흑자를 냈을 뿐이지만 나프타 이후 대미 무역흑자는 크게 증가했는데, 지난해의 경우 1500억달러(캐나다 달러)가 넘었다”며 “대미 무역흑자로 우리는 한국 전자제품이나 프랑스와인, 파키스탄 섬유를 수입할 수 있게 돼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워 졌다”고 말했다.

한국의 일부 방송이 나프타 이후 캐나다의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고 파트타임 고용이 더 늘었다며 캐나다 경제를 부정적으로 전달한 것에 대해 현지 관계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7년 전부터 실업률 점차 낮아지고 최저임금 작년보다 3~4% 상승

홀트 박사는 FTA와 나프타가 모든 문제들을 다 해결한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뒤 “90년대 초에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현상이 있었지만 차츰 자리를 잡아가면서 7년 전부터는 실업률이 점점 낮아지고 임금이 향상되고 있다”며 “특히 최저임금은 작년보다 3~4% 올랐기 때문에 저소득층이 증가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맥마헌 교수도 “임시직이 늘어났지만 동시에 정규직은 훨씬 더 많이 늘어났다”며 “임시직 증가원인은 파트타임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고용시장에 많이 진입했고 평균연령이 높아져 노령노동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프타 협상에 참여했던 칼튼대학교 무역정책과 윌리엄 다이몬드 교수는 “역사적으로 캐나다는 다른 나라로부터 투자를 받는 입장이었는데 10년 전부터 캐나다도 다른 나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인수합병이 많고 적고 중요한 것이 아니라 캐나다에 투자한 미국회사들이 더 효율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고용도 더 안정적으로 창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최근 무역환경이 과거에 비해 나빠졌다는 점은 캐나다 정부와 기업들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 2~3년간 미 달러 대비 캐나다 달러의 환율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미국 및 멕시코산 제품 가격이 낮아져 가격경쟁력이 약해졌고 중국이라는 거대 경쟁국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홀트 박사는 “지난 15년간 워털루, 윈저, 런던, 키치너 같은 도시들은 하이테크 산업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룬 반면, 온타리오 동부와 퀘백주의 가구, 섬유, 의류산업은 중국 등 신흥개발국의 약진으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며 “캐나다 경제는 앞으로도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