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믿는다”던 버핏 … ‘아메리카 리스크’에 흔들

워런 버핏(81)의 스승인 고(故) 벤저민 그레이엄은 “시장은 자본주의의 절대신”이라고 했다. 시장의 평가가 어떤 잣대보다 정확하고 우월하다는 비유다. 이런 시장이 요즘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를 싸늘한 눈길로 보고 있다.

주당 1억원 넘는 황제주 ‘버크셔해서웨이 A’ 올해 5% 미끄럼, 왜

지난 주말(17일) 버크셔해서웨이 A주(버핏주) 값은 11만3250달러(약 1억2344만원)로 마감했다. 얼핏 보면 여전히 성층권을 맴돌고 있는 듯하다. 미국 아니 세계 증시에서 이보다 값 나가는 주식을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가는 단순 가격만 의미하지 않는다.


버핏주는 올해 들어 이달 17일까지 약 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4% 가까이 올랐다. 미국의 황제주인 버크셔해서웨이가 일반 우량주들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낸 것이다. 버핏주가 올 최고였던 2월 28일(13만1300달러)을 기준으로 셈하면 주가 하락률은 14%에 이른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버크셔해서웨이가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라고 보도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2006년 10월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넘어섰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이후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미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2009년 4월 다시 10만 달러를 회복했다.

버핏주는 다른 가치평가 방식으로 따져봐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올 5월 말 현재 버핏주의 주당 장부가치는 9만7081달러 수준이다. 현재 주가는 이 장부가의 1.15배(주가장부가 비율) 정도다. 이 비율의 장기 평균치는 1.7배다. 주가가 16만5000달러는 돼야 장기 평균치에 걸맞다.

전문가들이 첫 번째로 꼽는 버핏주 하락 이유는 주력 비즈니스의 실적 악화다. 버크셔해서웨이의 핵심 사업은 보험업이다. 그것도 보험회사의 뒷배를 봐주는 재보험사업이다. 미국 토네이도와 홍수 등으로 버크셔해서웨이의 보험 계열사들은 많은 보험금을 내줘야 했다. 그 결과 올 1분기 버크셔해서웨이 순이익은 15억1100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43억7700만 달러)보다 67% 이상 줄어든 것이다.

버핏의 다른 금융주들인 웰스파고·마스터카드·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의 주가도 올 들어 시원찮다. 이달 17일까지 이들 종목의 주가가 평균 6.5%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간) “버핏이 좋아하는 금융주들의 올 주가 흐름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를 구성하는 10개 업종 가운데 가장 나쁘다”고 보도했다.

버핏의 후계자의 내부자 거래 스캔들도 버크셔해서웨이 주가에 좋지 않았다. 버핏의 유력 후계자였던 데이비드 소콜 전 미드아메리칸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미 윤활유 업체인 루브리졸 주식을 사들인 뒤 버크셔해서웨이의 인수를 알선했다.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버핏과 휘하 인물들의 도덕성이 의심받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그들은 흠결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존재로 비쳤다.

버핏이 정보기술(IT)과 상극이었던 점을 주목하는 월가 사람들도 있다. 투자전문지인 인스티튜셔널인베스터스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빌려 “버핏은 닷컴거품 때도 실적이 나빴다”며 “소셜네크워킹 붐이 한창이어서 요즘 버크셔해서웨이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이유를 꼽는 사람도 있다. 미 투자자문가인 릭 에들먼은 투자전문 미디어인 스마트머니와 인터뷰에서 “버핏의 포트폴리오는 미 경제 자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버핏은 금융위기 와중에 “나는 미국 경제를 믿는다”며 미 제조업체들과 철도, 금융회사 등을 대거 사들였다. 버크셔해서웨와 미 경제를 연환계(連環計)처럼 묶어 놓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회복하다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요즘 버크셔해서웨이가 시장의 눈에 시원찮게 비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눈은 항상 정확할까. 버핏의 스승인 그레이엄은 “시장이 항상 늘 합리적인 것만은 아니다”는 말도 했다. 현재 시장이 버핏주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몇몇 전문가의 말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